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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증대보다 국내 부가가치 높이는 게 먼저다

정성훈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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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증대보다 국내 부가가치 높이는 게 먼저다

정성훈 KDI 연구위원

 

올 들어 9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자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을 가장 중요한 경제성장 수단 중 하나로 삼아온 한국은 이 같은 소식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교역 규모, 수출, 무역수지 흑자로 이른바 ‘무역 3관왕’을 달성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수출지표상으로는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지난 2년 동안에도 한국 경제는 3% 내외의 저성장 국면에 놓여 있었다.

 

이로 보건대, 수출 감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수출 촉진만으로 예전만큼의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수출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해진 원인은 무엇인가. 현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수출과 국내총생산(GDP) 간 연결고리가 헐거워진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란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생산이 국제적으로 분업화됨에 따라 한 상품 안에 내재된 부가가치 역시 사슬처럼 국제적으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형태의 국제적 분업화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과거보다 분업구조가 훨씬 더 세분화되면서 상품(재화 또는 서비스)의 국가 간 거래를 측정하는 총수출(액)만으로는 실제 각 국가에서 이뤄지는 생산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비근한 예로 300달러짜리 아이팟(iPod)을 중국이 수출한다고 해도 실제 아이팟과 관련해 중국 내에서 이뤄지는 생산활동은 단순 조립 및 제품 테스트 과정으로 5달러 정도의 부가가치밖에 창출되지 않는다. 중국의 아이팟 수출이 300달러라면 부가가치의 수출은 5달러인 셈이다. 반면 일본은 아이팟을 직접 수출하지 않지만 아이팟이 한 대 팔릴 때마다 27달러 정도를 벌어들인다. 주요 부품이 일본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상품 수출을 통해 한 국가가 벌어들이는 소득(GDP)은 그 상품 속에 내재된 국내 부가가치가 얼마인가, 즉 부가가치를 얼마나 수출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아이팟 상품 분석의 예를 산업과 국가 전체 단위로 확장시켜 분석해 보면 수출을 통해 각 산업과 국가가 얼마만큼의 GDP를 창출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림 1)은 201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3대 수출산업인 석유화학, 전기전자, 수송장비 산업과 서비스업의 총수출액과 부가가치 수출액을 비교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석유제품 등은 모두 3대 수출산업에 속하며, 이들 산업의 수출 비중은 한국 전체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3대 산업의 부가가치 수출액은 총수출액에 훨씬 못 미친다. 정확하게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액 비중(VAX 비율)을 계산해 보면 석유화학이 36%, 전기전자가 42%, 수송장비가 36%로 모두 40% 내외에 그친다. 나머지 60%는 국내 다른 산업이나 해외 산업의 몫으로 돌아간다.

 

서비스업은 총수출액이 가장 적지만 부가가치 수출액은 가장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VAX 비율은 147%에 달한다. 아이팟을 수출하지 않는 일본이 27달러를 벌어들이듯 국내 서비스업도 제조업 상품 속에 내재된 서비스를 간접적으로 수출함으로써 3대 수출산업보다 더 많은 GDP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렇듯 수출과 GDP의 괴리는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며 그 괴리는 생산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더 커진다.

 

(그림 2)는 국가 전체의 VAX 비율, 즉 국가 전체의 총수출액 대비 부가가치 수출액의 비중을 국가 및 연도별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 VAX 비율이 1995년 75.4%에서 2011년 59.1%로 하락했다. 1995년에는 한국 상품을 100원어치 수출했을 때 그중 약 75원이 국내 부가가치였다면 2011년에는 59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VAX 비율 하락은 글로벌 가치사슬이 확장됨에 따라 가치사슬에 참여한 모든 국가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하락세는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빠르다. 1995년에도 이미 주요국보다 낮은 VAX 비율을 보였지만 2011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는데, 이는 그만큼 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생산의 국제화를 진행시켰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생산구조의 변화는 수출 한 단위가 한국 경제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이런 구조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생산의 국제화는 기업들이 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전략적인 행동을 취한 결과이며, 글로벌 부가가치 사슬을 통해 생산성과 생산량 자체를 증대시킬 수 있다면 수출 한 단위의 영향력은 감소하더라도 수출 규모를 확장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수요가 줄어들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도 둔화한 현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을 고려할 때 수출보조금과 고환율정책 등을 통해 수출 규모를 양적으로 성장시키려는 노력은 결코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은 휴대폰과 자동차가 얼마나 잘 수출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쏟은 반면 그 상품들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했다. 단적으로 일본에서 ‘가마우지 경제’란 말이 오래전 나왔는데, 이는 주요 수출품의 핵심 가치를 결정하는 소재부품과 자본재의 상당 부분을 해외(특히 일본)에서 조달하는 한국의 경제구조를 비꼰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요 산업의 VAX 비율을 보면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가공무역 탈피와 국산 중간재 품질 향상으로 수출대국에서 수출강국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고, 부품소재 제조업의 전통 강국인 일본도 제조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소위 ‘모노즈쿠리 운동’을 10여년 전부터 펼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지식 기반 서비스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전략적으로 가치사슬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결국 투입물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자국이 가져가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에 팔고 있는가’에서 ‘어떤 생산활동을 통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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