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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만 배 불려주는 수상한 발주… 오너家는 웃는다

조성익 2017/07/1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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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만 배 불려주는 수상한 발주… 오너家는 웃는다

조성익 KDI 경쟁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란 대기업이 계열사끼리 내부거래를 하고, 그 거래의 이익이 대기업 총수 일가에 흘러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거래 실태를 조사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벌을 주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누군가 일을 함께해야 한다면 일을 잘해주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부탁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의 조사는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괜찮은 일감 몰아주기와 구분되는 나쁜 일감 몰아주기가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한 A기업과 B기업, C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나쁜 일감 몰아주기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A기업과 그 계열사인 B기업, C기업 사이의 거래를 조사했습니다. B기업은 광고를 기획하고 판촉물을 제작하며 인터넷 판매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공정위에 따르면 B기업은 A기업의 판매 사업과 광고 사업 등을 대행하면서 부당하게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C기업은 특정 서비스업을 하는 A기업의 계열사인데, 이 회사도 A기업의 서비스를 대행하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모기업인 A기업은 계열사인 B기업과 C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두 회사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그런데 A기업의 계열사로 알려진 이 두 회사의 주인은 사실 A기업의 총수와 그 일가들이었습니다. 즉 A기업의 사업을 대행하면서 총수 일가가 큰돈을 벌어들인 것이지요. 그리고 공정위는 A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일감 몰아주기의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첫째는 특정인이 회사 사업을 통해 손쉽게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이고, 둘째는 그 과정에서 누군가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입니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손쉬운 이익 추구

 

손쉽게 돈을 버는 것이 벌 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손쉽게 돈을 벌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손쉬운 돈벌이가 도처에 널려 있고 특수한 소수의 사람만이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면 그 나라의 경제는 활력이 넘치는 성장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요컨대 앞서 설명한 A기업 총수의 가족들이 불로소득에 가까운 돈벌이를 했다는 것은 감옥 갈 일은 아니더라도 나라가 나서서 조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정부는 특수한 상황을 악용한 손쉬운 돈벌이를 단속하는 제도들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손쉽게 번 돈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그러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불로소득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이지요. 현재 상속세·증여세법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득의 일부를 증여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합니다. 증여세는 우리나라 세금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세금에 속합니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편하게 번 돈에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여 쉬운 돈벌이 기회를 줄이겠다는 것이지요.

 

◇부당 지원은 회사와 일반 주주의 손실 가져올 수도

 

그런데 일감 몰아주기는 손쉬운 돈벌이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일감을 발주하는 회사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의 사례에서 B기업과 C기업이 돈을 버는 과정을 보면, A기업이 손해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즉 A기업이 회삿돈을 낭비하면서 B기업과 C기업이 돈을 벌었을 가능성입니다.

 

A기업이 총수 일가의 100% 개인 회사였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총수 일가의 A기업 직접 지분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A기업의 자원이 B기업과 C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총수 일가가 손쉽게 돈을 버는 동안, A기업의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제 일감 몰아주기는 단순한 불로소득 창출이 아닌 벌 받아야 할 행동이 됩니다. 상법은 회사의 이사, 즉 회사 운영의 결정권자에게 자신의 이익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사업 기회를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상법을 위반한 이사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회사와 관련자는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검찰 고발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피해자 피해 보상할 방안 마련돼야

 

앞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얻은 사람에게는 그 이득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부당한 방법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시도한 사람이나 회사, 관련자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들은 일감 몰아주기의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쁜 행동을 해서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피해자가 스스로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가해자가 이에 응하도록 하는 법 절차를 정부가 나서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은 소액 주주들은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보상액보다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소액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포기하면 그 피해는 복구되지 않고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집단 소송은 소액 주주들이 다 같이 모여 소송을 하도록 해줍니다. 1인당 소송 비용이 줄어들어 손해배상 소송이 쉬워집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배상액을 늘려 소송에 참여할 유인을 올려줍니다. 집단 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둘러싼 여러 쟁점이 있으나, 이 제도들이 적절히 활용된다면 소액 주주들의 피해 보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집단 소송 확대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증여세 부과와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이득이 증여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있습니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공언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피해자 발생을 막고 경제적 효율을 낭비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짜내 촘촘하게 제도를 정비해야 할 때입니다.

 


문의: KDI 홍보팀 김은총 044-550-4034, capkec@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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