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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취지 제대로 살리려면

윤희숙 2017/11/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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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저임금 취지 제대로 살리려면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난여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정해졌다. 이런 대폭 인상은 사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다. 이미 내년 인상률이 결정된 이상 시장 상황 변화를 잘 관찰해 보다 차분한 논의와 제도 개선을 하는 게 최선이다. 주요 관찰 포인트는 전반적 고용충격 및 청년·고령 취약 근로자의 고용 변화, 저소득 가구 소득기반에 미치는 영향, 미준수율 변화 등이다. 이를 통해 성찰해야 할 핵심은 최저임금의 역할이 무엇인가다.

 

과거 한 가구에 한 명씩 노동시장에 참여하던 시기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효과적으로 가구소득 격차를 축소하고 빈곤을 완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의 노동시장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와 빈곤층 간 일치율이 일반적으로 낮다.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30% 정도로 파악된다. 빈곤 고령 가구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 서비스화로 인한 저임금 노동의 증가 때문이다. 그러니 빈곤하면서도 저임금인 근로자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 근로장려세제(EITC) 등 정부재정지출로 보조하는 것이 더 나은 방식이라는 관점이 확산하고 있다. 인위적 임금규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어서다. 즉, 최저임금으로 가계 생계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로서 그 위상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 간 근로소득 격차 자체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큰 만큼 사회통합을 위한 모종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입지가 강하다. 최저임금 제도의 역할 조정은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의 문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에 말미암은 고유의 이슈도 있다. 지금 노사 간에 점화되는 산입 범위 논쟁이 그것이다. 최저임금 산정 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야 한다는 사용자 단체의 주장에 근로자 단체가 반대한다. 외견상으로 이는 통상임금 논쟁 때의 노사 입장이 뒤바뀐 형태다. 각종 수당과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 산정 시 기본급 외에도 다양한 보수 항목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근로자 측과 반대편 사용자 입장이 최저임금에 관해서는 자리를 바꾼 것이다.

 

노사가 팽팽하게 맞선 산입 범위 이슈는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과거 고속 성장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임금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강요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를 우회하기 위해 각종 수당이 동원됐다. 별별 희한한 항목의 수당이 신설돼 기업 간의 임금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임금 논쟁에 관해 우리 법원은 이미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형태의 금전적 보상을 모두 포괄해 실질적인 보수 수준을 반영해야 한다는 방향을 천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지만 중요한 것은 실질적 보수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에 한해 이를 반대하는 근로자 측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대해서도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상당한 보수를 받는 대기업 근로자까지 수혜자가 되는 것을 시정하고, 제도의 본래 취지인 저임금 근로자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이는 근로자 단체가 인상률 협상 때 내세우는 약자 보호 명분과 실제 지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나아가 이는 노사단체가 약자 보호라는 사회적이고 정책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된다. 우리나라는 (공익위원이 중재한) 노사 간 협상의 결과를 정부가 수동적으로 공식화하는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남미 국가가 주로 이용하는 이 방식과 달리 영국· 캐나다·일본 등은 노사 의견을 공식적으로 청취한 후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노·사·정 3자 참여라는 측면은 동일하지만 정부와 노사 역할 간의 위계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미국·네덜란드 등은 아예 공식적 청취 절차도 없이 정부가 결정한다.

 

최저임금제도는 주요 재분배 정책이니만큼 그것이 갖는 책임성 역시 막중하며 사회 전체적 시각 역시 필수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불만과 요구가 분출하던 시기에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해 현재와 같은 구조로 설계했다. 하지만 경제사회 구조뿐 아니라 노사단체의 리더십과 지지 기반 역시 그간 큰 변화를 겪었다. 올해의 대폭 인상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악재(惡材)가 아니라 발전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근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중 으뜸이 최저임금 결정의 거버넌스다.


문의: KDI 홍보팀 김은총 044-550-4034, capkec@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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