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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국가 통계' 구부려 정부 성과 홍보라니

윤희숙 2018/09/01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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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국가 통계' 구부려 정부 성과 홍보라니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통계청장 인사를 놓고 한쪽은 부당한 경질이라는데, 인사권을 행사한 측은 그저 정기 인사였다니 초점이 영 안 맞는다. 온통 정황만 있을 뿐이다. 임기도 없는 기관장을 불과 13개월 만에 교체한 것이 '정기'인사일 수 없다는 것, 전 통계청장이 통계와 관련한 '윗선'과의 마찰을 언급했고, 새 통계청장은 통계 방식을 바꾸면 분배가 나아 보일 수 있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제출했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당장의 정황에만 매몰되면 문제의 맥락과 구조적 문제를 놓치기 쉽다. 우리나라 소득 분배 통계의 낙후성과 통계청 위상 문제가 그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소득 관련 통계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진 상태로 번듯한 소득 조사로 내세울 만한 통계는 최근에야 만들어져 아직 사용 초기 단계이다. 소득 조사는 각 가구의 소득을 연간 단위로 정확하게 포착해야 국제 표준 방식으로 분배상황을 비교할 수 있다. 그런데 2016년까지 소득 분배 공식 통계로 사용해온 가계 조사는 소득 파악이 아니라 가계의 수입과 지출 동향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가계부 조사에 불과하다. 그래서 불응률(不應率)이 높고 응답률의 계층별 차이도 심하다. 통계 불응률 상승은 근래 전 세계 공통의 어려움이지만, 가계부 기장 방식은 어지간히 협조적인 사람도 고개를 저을 만큼 번거롭기 때문에 통계 대표성이 중요한 소득 분배 통계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실제로 그간 우리나라는 OECD 중에서도 분배 우등생에 속했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가계 조사의 부정확성 문제 때문에 지니계수(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 수치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통계청 최대의 난제였는데, 지난 십년간 통계청은 새로운 조사를 만들어 소득 분배 기준 통계로 대체하고 기존 통계는 퇴출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다. 실제로 2016년 구(舊)조사상의 지니계수가 0.30이었던 데 비해 새 조사(가계금융 복지 조사)로는 0.36으로 올라가 OECD 분배 하위국으로 떨어지게 되니 기준 통계의 대체라는 게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통계청장 인사 파동의 직접적 원인은 소득 분배 기준 통계 대체 과정을 정치권이 흩트리면서 발생한 혼란이다. 가계소득 조사(舊조사)를 퇴출시키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4분기 수치가 좋게 나오자 소득 주도 성장의 성과를 보이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이유로 정치권이 수치를 공표하고 다시 정례화한 것이다. 규모를 줄여가며 찬찬히 소멸시키던 통계를 갑자기 다시 살리라니 표본을 큰 폭으로 보강했는데, 올해의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쁘니 주범으로 몰린 것이다. 애써 퇴출시키던 조사를 정책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억지로 살려낸 사람들이 이제는 표본 대체가 문제라며 통계청을 비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단기적인 정치 논리가 소득 분배 통계를 개선해 국가통계의 근간을 바로 세운다는 중차대한 목표를 압도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분기 자료는 원래 변동성이 심한 데다 최종적인 가처분소득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소득 분배를 분기별로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무 실익 없이 거대한 사회적 소음이 분기별로 반복 창출되기 시작한 셈이다.

 

또한 지금 논란이 되는 표본 설계는 통계학의 핵심 영역이며, 통계청이 그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했다는 데 토를 달기 어렵다. 표본을 늘리면서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게끔 설계한 것은 전 통계청장의 말처럼 당연한 일이다. 통계학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적 진영 논리로 전문가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니 이런 소모적이고 반(反)지성적인 구조는 이제 바꿔야 한다. 통계청장은 정무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가 통계의 엄중함을 이해하지도, 중시하지도 않은 다수의 권력자가 통계 업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통계적 전문성을 가진 이를 등용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치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윗선'의 구시대적 인식이다. 국가를 움직이는 힘이 꼭대기에 모여야 하고, 그 꼭대기의 그때그때 필요가 각 영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얼마든지 훼손시켜도 된다는 개발 독재적인 권력관은 고도로 산업화된 민주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직업윤리가 됐든 학문적 전문성이 됐든 개별 영역들이 그 나름의 가치와 동력에 의해 팔딱팔딱 뛰도록 돕는 것이 민주적 권력이며, 4차 산업혁명을 헤쳐나갈 힘이다.


문의: KDI 홍보팀 김은총 044-550-4034, capkec@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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