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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경제 특집] 이참에 우리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자

최정표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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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우리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자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나라경제 2020년 5월호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보건위기가 경제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IMF의 세계경제 전망에서도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정부의 민주적 리더십으로 사태 수습에 성공했다. 백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리고 여전히 집단감염 발발 가능성이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이 글이 인쇄돼 나가는 5월 초에는 우리나라는 아마도 일상으로의 복귀에, 그리고 경제활동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글로벌 연결사회의 진면목 실감케 한 코로나19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제정책 운용에도 중요한 교훈들을 제공한다. 먼저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정리해보면 첫째, 글로벌 연결사회의 진면목을 실감하게 됐다. 코로나19의 발발과 같이 발생확률은 매우 낮지만 발생 시에 충격이 매우 큰 사건을 ‘검은 백조’ 또는 ‘긴 꼬리’ 사건이라 한다. 이러한 사건은 발생 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세계화와 기술발전으로 글로벌 연결망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긴밀해지면서 인적 교류, 지식과 기술의 확산, 질병 전파 등의 속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의료·방역체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예지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대규모 발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 공중의료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셋째,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신뢰관계가 효과적인 위기 대응에 대단히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경험했다. 초기에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강력한 방역체계를 발동했고, 그 결과 현재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나라에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넷째, 글로벌 가치사슬이 작동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됐다. 마스크와 같은 작은 소비재부터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에 이르기까지 제조–소비의 모든 과정이 국경을 넘어 연결돼 있다. 이 연결망의 어딘가에 장애가 발생하면 어떻게 보완할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있다. 원격의료, 재택근무, 영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untact) 경제가 부상하고 배달, 홈쇼핑, 가정간편식 등은 성장 기회를 맞은 반면, 내구재 등은 부진해 산업 부문별로 희비가 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학습한 교훈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해 재차 점검하고, 대응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우선, 장기적·구조적 시야에서 제도를 구축하고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공적의료체계 정비, 의료진 수급, 의료보험제도 정비 등이 그것이다. 이번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제도와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둘째,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세원 확충, 조세체계 정비, 재정사업 전달체계 정비 등을 통해 재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 재정 당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재난 대응이 바로 이것이다.
셋째, 재난기본소득 등 위기 대응을 위해 논의되거나 도입된 사안들에 대해서는 후속작업으로 심층적인 조사·분석을 통해 보완하고 정비해야 한다.

공적의료체계 정비, 재정건전성 유지, 산업구조 고도화 등 과제 남겨
넷째,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봤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문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소상공인 등 서비스 부문의 충격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원정책의 효과성은 궁극적으로 대상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 현재의 기계학습 기술로 이러한 식별이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사용실적과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매출 변동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다.
다섯째, 사회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연구개발(R&D)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정책은 과거 추격성장 시기의 전통을 답습해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에 종속돼 있다. 그런데 단기간의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면 장기적·사회적 과제에 대한 우선순위는 떨어진다. 이제는 이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여섯째,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이번 위기에 우리나라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 바이오기업들이 신속하게 진단키트를 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효과를 발휘했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개방화와 민주주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번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우리는 민주주의와 개방화라는 두 개의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필연적으로 개방과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데 선봉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안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학습하거나 향후 필요한 과제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어질 글에선 보다 구체적인 논의와 제안을 담았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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