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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합화시대의 금융·규제 감독 선진화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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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김준경(金俊經) , 강동수(姜東秀) , 김현욱(金炫旭) , 박창균(朴倉均)
  • 발행일 2004/12/31
  • 시리즈 번호 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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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금융자유화로 요약되는 규제환경의 변화와 정보 및 기술혁신에 힘입어 겸업화·세계화·대형화 등으로 표현되는 금융통합화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금융규제·감독당국 역시 변화하고 있는 금융환경하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규제체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입법을 완료한 후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겸업화·대형화 등 세계적 금융환경 변화를 수용하는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통합화는 민간의 자발적인 수요와 공급에서 이루어졌다기보다 금융구조조정을 통하여 금융산업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의하여 결정된 성격이 강하다. 그 결과, 현재의 금융규제 및 감독 관련 법률은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하여 제·개정이 이루어져서 법률의 일관성, 형평성, 예측가능성 등의 관점에서 볼 때 부족한 면이 많다.

본 보고서는 금융관련 법제의 완결성 제고라는 정책적 필요성을 배경으로 하여 금융통합화 추세에 대응한 금융규제·감독체계의 선진화방안을 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업무를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금융기관과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금융그룹은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가? 각 금융권역 간 규제의 불형평성에 따른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은 어떠한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 겸업화의 진전으로 다양한 금융업무를 영위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최소설립자본금 규제의 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논리는 무엇인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복합금융그룹의 경영성과는 어떠하였으며 금융기관의 안정성은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구조적 위험은 어느 정도이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제2장(신현송)의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자기자본 규제: 이론과 실제’에서는 선진국의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자본규제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감독당국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역별 감독이라는 기존의 규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에 대한 규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금융권역별로 기존의 감독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에 대한 자본적정성 규제가 각기 다른 연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규제의 법적 근거나 회계처리 원칙, 규제의 시한, 부실에 대한 개입, 정책 목적 등에 있어서도 상이한 데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규제체계 개선에 대한 논쟁은 최근 3, 4년 동안 더욱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규제의 원칙상 보험업과 은행업에 있어서 금융감독체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개별 금융권역을 별도로 분리하여 감독하는 현재의 감독체계(silo approach)는 취급하는 권역에 따라 유사한 위험을 일관적으로 다루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금융겸업화시 금융그룹 내 자본의 이중 또는 다중 사용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금융권역별로 상이한 규제로 인하여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위험관리능력과 상관없이 규제가 가장 적은 금융권역의 금융계열사 위험을 인수할 유인이 존재한다.

규제차익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질문은 권역 간 불형평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로 인한 규제차익의 정도가 얼마나 큰지일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각 금융권역별로 주요한 위험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은행의 경우 신용위험이나 만기불일치위험의 노출정도가 높은 데 비하여 생명보험회사는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의 비중이 높으므로 시장위험이 중요하다. 한편, 손해보험은 신용위험이나 시장위험에 비하여 사고발생과 관련된, 손해보험에 특수한 위험의 노출도가 크다.

통상 금융기관의 각 금융권역별 개별위험의 분산효과(Level Ⅰ)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Kuritzkes, Schuermann, and Weiner(2002)에 의하면, 미국만을 대상으로 대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의 경제적 자본을 1.0이라고 할 때 미국과 영국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한 후 동일한 신용등급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요구되는 자본량이 약 20% 감소한다. 동일한 규모로 독일에 대한 대출을 추가하면 위험분산의 효과가 약 30%로 증가하며 전세계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투자할 경우에는 요구되는 자본량이 미국으로 국한시킬 경우보다 절반 이하로 하락한다.

이에 비하여 특정 금융권역 내 여러 위험, 예를 들어서 신용위험, 시장위험, 운영위험, 재난위험 등의 상관관계에 따른 금융권역 내 분산효과(Level Ⅱ)는 권역별로 상이하다. 은행의 경우 분산편익은 15%에서 28% 수준이고 생명보험회사는 28%, 손해보험회사에서는 54%인 것으로 추정되었다(Olyver, Wyman, and Company[2000], Capital Market Risk Advisor[2001]).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손해보험회사에서 Level Ⅱ의 위험분산효과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인데, 이는 손해보험업의 고유위험이 상대적으로 여타 위험과 연관성이 낮기 때문이다.

은행, 보험, 증권 등이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위험분산효과(Level Ⅲ)는 Level Ⅰ과 Level Ⅱ의 분산효과보다 훨씬 작게 나타난다. 위험별로 독립된 경제적 자본요구량과 위험 간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복합금융그룹의 유형별로 위험분산효과를 추정한 Kuritzkes et al.(2002)의 연구에 의하면, Level Ⅲ의 평균적인 위험분산효과는 약 5~10% 수준이다. 그리고 가장 큰 위험분산효과가 나타난 복합금융그룹의 유형은 은행과 손해보험이 결합된 경우인데, 이러한 결과는 은행의 주요 위험인 신용위험과 손해보험의 주요 위험인 재난위험이 서로 연관성이 낮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은행과 손해보험의 경우 양자가 동일한 규모일 때와 은행이 70%이고 손해보험이 30%인 경우를 비교하면 위험분산효과가 평균적으로 약 5%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겸업화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신용위험전이(credit risk transfer)기법의 발전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신용위험의 전이방식은 신용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신용파생상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초자산의 거래 없이도 신용위험이 전이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자산을 이전하는 데 따르는 비용과 복잡한 절차를 회피하면서 규제차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신용파생상품을 이용하여 은행에서 보험회사로 신용위험이 전이되는 현상은 특히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즉, 전통적으로 신용위험에 대한 노출정도가 낮았던 보험회사가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신용위험을 인수한 결과 현행 자본규제는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신용위험을 공유하게 됨에 따라 경제전체의 구조적 위험의 수준이 낮아진 측면은 있으나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격을 통하여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독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은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은 금융권역별로 개별 사업을 분리하여 금융감독을 실시하는 개별접근법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은행과 보험의 성격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양자를 다르게 취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로 상이한 사업이 결합하는 데 따른 위험의 분산효과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신용파생상품의 급격한 성장을 예의주시하여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제3장(김현욱·박창균)의 ‘금융산업 진입기준으로서 최소설립자본금에 관한 연구’에서는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기준의 하나로서 새로이 설립되는 금융기관이 만족해야 하는 자본규제인 최소설립자본금 기준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별 규제체계하에서 요구되는 금융산업 진입규제의 모습을 제시하였다. 먼저 금융기관에 대한 최소설립자본금 기준이 규제의 목적과 비용 사이에 존재하는 상충관계(trade-off)를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현행 최소설립자본금 기준을 평가하였는데, 과거 정부의 명시적·암묵적인 보호와 개입에 의해 금융산업의 성과가 크게 좌우되었던 상황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질을 갖춘 금융서비스 공급자만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최소설립자본금의 경제적 기능을 실증적으로 판단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현행 기준의 평가는 최소설립자본금 규제의 비용측면, 즉 잠재적인 시장 참가자들에게 진입을 위하여 일정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진입장벽이 되어 경쟁을 저하시킴으로써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킬 가능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최소설립자본금 규제의 비용은 Panzar and Rosse(1987)의 방법론을 이용하여 금융권역별 시장의 경쟁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데, 분석결과들은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내 경쟁도가 낮지 않은 수준임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특히 은행, 증권회사 및 손해보험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최소설립자본금의 절대적 수준이 각 산업에 허용된 금융업무의 범위에 비해 높아 동 규제가 금융산업의 경쟁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다만, 생명보험시장의 경우에는 여타 금융산업보다 경쟁도가 상당히 낮은 강도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생명보험시장의 높은 집중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서 최소진입자본금 수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현행 금융관련 법률들은 엄격한 전업주의에 입각하여 업종별로 동일한 진입규제를 설정하고 있는데, 동일업종 내에서도 취급업무의 범위, 위험수준 등을 고려하여 진입규제의 기준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소설립자본금의 경우 증권회사와 보험회사에 대해서는 최근 법률의 개정에 따라 이러한 원칙이 도입되고 있으나, 은행의 최소설립자본금은 아직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능별 규제체계하에서 하나의 금융업무를 겸영업무 또는 승인업무로 인정받아서 동 금융업무를 정의하는 금융상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최소자본금 규제 등 추가적인 진입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금융기관은 물론 규제당국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제3장은 World Bank에서 제공하는 Barth, Levine, and Caprio (2004)의 전세계 은행규제 및 감독 관련 DB를 이용한 계량분석을 통해 외국에서 자국의 은행들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최소설립자본금 수준을 은행들이 영위 가능한 금융업무의 범위와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나라 은행의 최소설립자본금을 허용되는 업무범위와 연계하여 차등화할 경우 그 설정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분석결과는 은행의 증권업 겸영 허용정도와 최소설립자본금 수준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었으나, 은행의 보험업 겸영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겸영의 허용범위에 따라 최소설립자본금 수준을 높이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즉, 보험업의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수취한 자금을 이용하여 축적한 기금을 불확정한 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하여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을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진입규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산업의 진입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은행이 영위하고자 하는 업무의 범위에 따른 최소설립자본금 기준의 차등화를 통해 진입기준의 선진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논리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제3장은 결론을 통해 급진적인 법규의 변경에 따른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산업 내의 경쟁도가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분석결과를 고려할 때, 은행의 업무범위에 따른 최소자본금의 차별화는 현행 은행법 및 예금수취 금융기관 관련 법률들이 제시하고 있는 금융업무의 범위와 최소설립자본금 수준을 준거하여 역사적 전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제4장(김준경·함준호)의 ‘금융통합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안정성 변화에 대한 실증연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대형화 및 금융그룹화의 현황과 이에 수반하는 개별 금융기관의 안정성 변화에 대하여 살펴보고, 이에 대응한 감독기능의 확충방안을 모색하였다. 금융통합화가 금융기관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라고 단언하기보다 실증적으로 검증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우리나라의 대형 금융기관과 소형 금융기관, 그리고 복합금융그룹 소속 금융기관과 비그룹 독립 금융기관의 재무위험과 도산위험을 비교함으로써 대형화 및 그룹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였다.

실증분석을 수행한 결과,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전반적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성(ROA)을 증대시킴과 동시에 수익의 변동폭(ROA 표준편차)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강하게 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와 자산다각화에 따른 수익력 증대효과가 시현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의 은행산업의 수익성 개선 및 재무위험의 감소는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의 역할에 기인한 바도 컸을 것이나, 위기 직전의 총일반은행 수의 30%에 달하는 10개의 은행이 합병되면서 대형화가 추진됨에 따른 대출 포트폴리오의 분산효과가 기여한 바도 컸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은행업, 보험업, 증권업 및 자산운용업을 대상으로 Z-지수를 이용하여 금융그룹화의 진전이 개별 금융기관의 도산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 본 결과, 도산위험 자체에는 유의한 감축효과가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수익성 및 수익의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시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금융기관의 도산위험에는 보험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금융기관의 규모가 커질수록 대체로 자기자본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대형 금융기관일수록 외부로부터 자금을 더 많이 조달하여 자산을 운용하는 경향이 있어 대형화에 따른 수익력 증대 및 자산 포트폴리오의 분산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의 이러한 대형화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하락효과는 특히 증권업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내 금융산업에서 외환위기 이후 금융그룹화에 따른 유의미한 효과는 아직까지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의 주된 이유는 복합금융그룹에 속한 금융기관들의 자산규모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금융업의 업무범위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전업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의 전업주의는 ‘겸영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엄격한 열거주의 방식(positive list system)의 업무범위규제를 법에 명시함으로써 실현됨에 따라 금융그룹 내의 자회사 간 겸업의 여지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 이후 금융그룹화와 관련하여 특기할 만한 사항은 부실 신용카드사 처리과정에서 자회사의 부실이 모은행으로 전이되어 은행권에 대한 예금보험제도가 비은행 자회사까지 확대되는 사례가 발생하여 이에 따른 그룹 소속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배태시킨 결과를 초래한 점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의 금융기관 대형화 및 그룹화는 시장경쟁의 결과로 발생한 변화라기보다는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에 의해 타율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크다. 따라서 금융의 불안정성을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의 자생적 위험조절기능은 아직 취약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그룹화에 대응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규율을 공고히 확립함과 더불어 복합금융그룹 자체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기능을 확충하고, 유연하고도 효율적인 공적 금융감독체제를 정립ㆍ운용하여야 한다. 복합금융그룹은 그룹 전체의 차원에서 개별 자회사의 위험수준을 파악하고 그룹 내 위험파급경로를 모니터링하며, 자회사 간 전염효과 등을 고려하여 위험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감독당국은 이러한 그룹 전체의 통합 위험관리체제는 물론 복합금융그룹의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상 효율성이 적절히 유지, 확보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여야 한다.

한편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연결감독제도가 시급히 확충되어야 한다. 현재 모-자회사그룹, 혼합그룹 등 지주회사 이외의 복합금융그룹에 대해서는 연결감독체제가 도입되지 못하고 단지 모회사를 중심으로 일부 연결기준의 자본적정성 평가가 이루어지는 금융권역별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사 부실의 경우에서 보듯이 금융기관별 건전성 규제방식만으로는 관계회사의 위험전염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 복합금융그룹에 대해서도 자기자본 적정성 평가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 분류 및 충당금 적립, 경영실태평가 등 감독상 전 영역에 걸쳐 금융지주회사그룹에 준하는 연결감독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금융지주회사그룹에 대해서도 필요자기자본 산정시 자회사 간 리스크의 상관관계, 위험의 전이 등을 고려하는 조정합산방식으로의 전환 등 현행 연결감독체제가 더욱 확충될 필요가 있다.

제5장(강동수)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체계적 관리방안’에서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위험을 실증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법·제도에 근거하여 명확히 관리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구조적 위험이라고 인지되는 금융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에는 불명확하고 비공식적인 측면이 존재하였다.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구조적 위험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유보한 채, 정책당국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감독적 용인을 실시하였던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또 다른 문제점은 구조적 위험에 대한 결정이 법에 근거하지 않고 있어서 정책의 예측가능성, 투명성, 책임성 등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책의 투명성 및 책임성 부재는 궁극적으로 금융의 안정성과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고 하겠다.

또한 제5장에서는 구조적 위기가 일종의 경기변동적 현상이라는 학설에 기초하여 구조적 위기의 거시적 그리고 미시적 현상에 대한 실증분석을 실시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경기변동을 초래하였던 외생적 충격을 통계적으로 정의하고 동 충격의 시계열을 계량화하였다. 그리고 경기변동과정에서 기업과 금융기관의 행태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에서 금융이 어떻게 경기의 진폭을 확대·확산시켜왔는지를 살펴보았다. 구조적 위기에 대한 계량적 분석과 함께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위험관리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과제를 논의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정에서 발생하였던 금융사건의 이면에 존재하였을 것으로 추론되는 외생적 충격을 계량화한 결과, 발생확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의 외생충격의 빈도수가 의외로 높은 편이고 동 충격이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도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의 재무데이터를 이용하여 신용채널이론의 타당성을 살펴본 실증분석에서, 기업의 자본구조보다 거시경제변수가 외부차입비용에 유의한 결과를 미친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신용채널이론에 의한 구조적 위험의 전파보다는 금융기관의 자산연관성에 의한 자금의 공급측면이 위기의 정도를 더욱 증폭시킨다는 기존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구조적 위험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관리방법을 제도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예금보험기금의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부실처리에 납세자의 자금이 지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와 제도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많은 일본에서도 최근 구조적 위험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저축예금기관의 도산에 따른 특별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구조적 위험의 판정주체와 그 처리방법을 법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영국은 비록 구조적 위험을 법에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금융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부 유관기관 간 역할분담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험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하겠다.

제5장에서는 결론으로 구조적 위험에 대한 정책당국의 자의적 판단과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대응방법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였다. 우선 구조적 위험에 대한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구조적 위험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심각히 위협받거나 금융시장이 자금중개기능을 상실하여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가 강구되지 않는 한 시장의 자율적인 힘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구조적 위험의 판정체계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구조적 위험이 금융기관 및 시장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직간접적으로 재정자금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감위, 금통위, 예보위 등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최종적으로는 재경부장관이 대통령과 상의하여 구조적 위험의 존재 여부를 판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구조적 위험에 따른 특별조치의 필요성이 결정되면 재경부장관은 즉각 국회에 보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감사원은 구조적 위험관리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함으로써 정책의 책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안은 현재의 불명확하고 불투명한 구조적 위험관리를 체계화 및 공식화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 위험에 관련된 기관 및 정책당국자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투명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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