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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구조개편 : 주요 쟁점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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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임원혁(林源赫)
  • 발행일 2004/12/31
  • 시리즈 번호 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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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배경과 목적

1980년대 이후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전통적으로 정부의 규제를 받는 독점 형태로 운영되어 온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는 구조개편을 추진해 왔다. 다양한 경쟁도입 방안 중에서도 전력산업을 발전, 송전.배전, 판매부문으로 수직분리한 후 신설된 전력입찰시장에 다수의 발전회사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여 전력을 현물거래하는 방식이 특히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자연독점적인 성격을 가진 송전, 배전 등 망(網)부문에서 발전부문을 분리하여 이를 수평분할한 후 투명성이 보장되는 입찰시장에서 전력을 현물거래하도록 하는 영국식 구조개편 방식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는 선진적인 대안으로 평가되었다. 우리나라도 1997년 경제위기 직후 마련된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을 통해 이와 같은 방안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 여름과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력가격이 급등하고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을 전후로 하여 일부 국가에서는 전력산업구조개편 및 시장설계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전력사태 이전의 지식을 바탕으로 마련된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을 추진하려 한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이와 같은 추세는 다소 당혹스런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 계획이 이미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할 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새로운 정보가 유입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먼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착수한 국가들이 상당한 부작용을 체험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도 기존 계획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문제인식하에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하여 최근 수년 사이에 이뤄진 논의를 바탕으로 기존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된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경제이론과 외국사례를 참조하여 바람직한 구조개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주요 내용

본 연구에서는 우선 전력의 재화적 특성과 전력산업의 산업조직적 특성에 대해 살펴본 후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이론과 시장설계 원칙에 대해 논하고, 주요 국가의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배경 및 내용과 그 결과에 대해 알아본다. 이와 같은 이론적 논의와 해외사례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구조개편 방안에 대해 논한다. 구체적으로 국내 전력산업의 현황과 특성에 대해 알아본 후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조개편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전력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고 저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재화이기 때문에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때 가격이 급등하거나 정전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전력은 필수적인 재화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요조절을 통해 수급을 맞추는 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요 측면에서나 공급 측면에서나 단기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력거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예비설비를 확보하여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제를 받는 독점체제 대신 시장을 통해 전력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시장구조를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과 더불어 선도계약 등을 통해 의무공급물량을 높은 수준에 유지함으로써 사업자의 전략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 전력산업은 발전, 송전, 배전, 판매부문을 아우르는 시스템 통합이 중요한 산업이므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소비자 후생의 극대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급 안정과 시스템 통합을 보장하면서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을 감안한다면, 전력산업을 수직분리한 후 의무입찰시장에서 전력을 현물로 거래하는 방식이 과연 최선의 구조개편 방안인지 의문이다. 수직분리는 시스템의 통합성을 훼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력의 현물거래는 가격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사업자의 전략적 공급감축행위 등과 맞물려 가격의 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직통합된 전력회사간의 전력융통을 통해 경쟁을 도입하거나, 현물 대신 선도계약 위주로 전력을 거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전력산업의 전통적 구조도 전력의 특성을 반영한 일종의 장기계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의무입찰시장에서 전력을 현물 위주로 거래하도록 한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정전사태를 경험한 미국에서는 전력산업을 수직분리한 후 전력의 대부분을 입찰시장에서 현물거래하도록 한 캘리포니아 방식과는 다른 대안적 시장설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 앞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선도했던 영국에서도 2001년 발전회사의 입찰가격 조작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기존의 전력시장을 폐쇄하고, 전력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자발적인 장기 쌍무계약을 주축으로 하는 NETA(New Electricity Trading Arrangements)를 도입한 바 있다. 또, 2002년 도매와 소매부문을 동시에 자유화하고 전력의 현물거래 방식을 도입한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구조개편 직후 전력가격이 급등하자 구조개편을 중단하고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전력산업의 수직분리에 대해 신중론을 견지해 온 유럽연합이나 일본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 및 망에 대한 비차별적 접근을 보장한다는 원칙하에, 수직통합된 전력회사간의 경쟁과 신규진입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전력시장의 단계적인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영국식 구조개편의 핵심요소가 전력산업의 수직분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력산업 내에서는 발전과 판매의 겸업을 통한 수직재통합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외국의 경험을 참조하여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기존 계획은 경제위기 직후의 절박한 상황에서 마련된 것으로서, 망부문에서 수직분리된 발전부문의 수평분할과 의무입찰시장에서의 현물거래를 축으로 하고 있다. 1998년 당시 이미 영국에서는 이와 같은 구조개편 방식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이 계획이 확정되었다. 외국에서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는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기존 계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법제와 조직이 정비된 이후에는 계획의 수정을 논의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새 정부의 출범으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가능하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된 논의의 범위도 확대될 수 있었다.

향후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크게 나눠 두 가지 대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유럽연합 또는 일본이 택한 방식으로, 전력산업을 인위적으로 수직분리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망에 대한 비차별적 접근을 보장한다는 원칙하에 수직통합된 전력회사간의 경쟁과 신규진입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수급 안정과 시스템의 통합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지만, 다수의 수직통합된 전력회사가 존재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둘째는 영국의 NETA와 비슷한 방식으로, 망부문에서 수직분리된 발전부문을 수평분할한 후 전력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장기 쌍무계약을 중심으로 전력을 거래하도록 하고 발전과 판매의 겸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판매 겸업이 가능한 다수의 발전사업자와 수요자 사이의 직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경쟁을 도입하고, 현물 대신 장기계약 위주로 전력이 거래되도록 함으로써 수급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다. 단, 수직분리와 수평분할에 따라 시스템의 통합성이 훼손되고 설비투자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3.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2000년 캘리포니아 전력사태를 전후하여 주로 외국에서 전개된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기존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력의 재화적 특성과 전력산업의 산업조직적 특성, 그리고 외국의 사례 등을 고려해 볼 때 전력산업을 수직분리한 후 의무입찰시장에서 전력을 현물거래하도록 하는 방식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망에 대한 비차별적 접근을 보장하고 현물보다는 장기계약 위주로 전력이 거래되도록 한다는 원칙하에, 수직통합된 전력회사간의 경쟁을 도모하거나, 판매 겸업이 가능한 다수의 발전사업자와 수요자 사이의 직거래를 통해 경쟁을 도입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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