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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VIEW - 리서치 커튼콜 예측 너머의 경제를 전망하다

2025 SUMMER VOL.65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는 유례없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0%대 성장률, 미국의 고강도 보호무역 기조, 불확실한 국내외 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제의 방향성을 가늠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매년 네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 경제의 진단서를 작성하며
경제전망의 최전선에 서 있는 조직이 바로 KDI 경제전망실이다.
경제전망실을 이끄는 정규철 실장에게 <경제전망>의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진행 | 박강호 콘텐개발팀장
 

Q. 안녕하세요. 본인과 경제전망실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2011년부터 KDI에 다니고 있는 정규철입니다. 물리학도로 살다가 경제학도로 전향했고, 지금은 거시경제학과 국제금융론을 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KDI에서 일하면서 본의 아니게 나라 걱정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네요. 경제전망실에서는 우리나라 거시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전망을 제시합니다. 주로 경제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경기 안정을 위한 거시경제 정책에 대해 제언합니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를 매월 <경제동향>, 매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발표합니다. 경제동향·전망은 KDI에서 수행하는 어느 연구보다 참여진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촉박한 일정과 동료와의 긴밀한 협업을 즐길 수 있는 연구자를 눈 크게 뜨고 찾고 있습니다.
 
Q.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은 어느 때보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지난 전망에서 예측하지 못했고, 앞으로의 전개 방향도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급격한 관세인상입니다. 현재 미국의 관세는 거의 100년 전인 1930년 대공황 당시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여기에 국내 정국불안도 겹치면서 1/4분기에 우리 경제가 역성장한 상황이라서, 앞으로 성장세가 얼마나 꺾일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 부담스러웠습니다. 우리 경제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서 통계적 분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가 관세 인상과 유예를 반복하면서 불확실성도 높아졌습니다. 경제전망에 대한 악조건이 다 갖춰졌죠. 특히 <경제전망>을 발표하기 전날,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뒤에 새롭고 놀라운 뉴스가 발표될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서, 향후 경제의 흐름에 대해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 못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Q. 0%대 성장률이 현실화된다면 역대 4번째 최저 성장률인데요. 이제 우리나라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걸까요?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는데요. 이처럼 낮은 성장률에는 단기적 경기 부진의 영향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하향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이번 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 추세도 분석했는데요. 앞으로도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로 성장률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역대 몇 번째 최저 성장률이라는 말을 앞으로도 자주 접하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희 전망에 따르면 2030년대에는 1% 성장률을 달성하는 해보다 달성하지 못하는 해가 더 많을 것입니다. 2040년대에는 역성장이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아닌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 걱정이 크네요.

Q.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현안은 무엇일까요?
한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많이 투입할 수도 있겠지만, 동일한 생산요소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흔히 생산성 개선이라고 부르고, 경제 성장의 궁극적 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생산성 개선 속도가 그동안 많이 느려졌습니다. 진입 규제를 완화해서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혁신기업의 진출을 도와야 합니다. 성과에 맞게 보상받는 경제에서는 개개인이 역량을 개발하고 발휘할 유인이 생깁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공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바람직한 사회일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유리할 것입니다. 일견 당연한 말이지만, 기득권을 가진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해서 그동안 개혁이 지체되었는데요. 이제는 마냥 미루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Q.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구조적 부담을 주나요?
우선 가장 눈에 띄는 현상으로는 저출생·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2020년 이전에는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노동력이 경제성장률에서 1%p 정도 기여해 왔는데요. 2030년이 지나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력은 경제를 수축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경제 규모가 줄어든다는 말은 내수 시장이 축소된다는 의미인데요. 최근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곧 영업 이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청년층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로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가는데요. 앞으로 청년 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제 활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면 세수 기반도 축소되고, 초고령 사회에서 복지지출이 증가할 수 있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생률을 높이고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Q. KDI에서의 국내 경제전망은 다른 기관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한국은행, IMF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에서 국내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IMF는 세계경제 전체를 전망하다 보니, 경제 규모가 큰 미국, 중국, 유럽 국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KDI 경제전망을 중심으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인을 식별해 내고, 그 파급을 이론적·실증적 분석을 통해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주요 맥락을 중심에 두고, 소비, 투자, 수출, 고용, 물가 등 각 부문에서 상호 일관성을 가지도록 전망치를 도출합니다. 전체 경제 및 각 부문의 전망치가 맥락에 어긋남이 없도록 회의를 반복하면서 맞춰나갑니다.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서 전망치가 실적치와 다를 수 있겠지만, 내적 일관성이 결여된 전망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많은 전망을 거듭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서의 전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 처음으로 경제전망실장을 맡았는데요. 전대미문의 전염병 확산으로 난감했습니다. 전망보고서를 발표하던 그해 5월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방역시스템이 잘 작동했고 무더운 여름이 오면 독감처럼 코로나19 확산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성장률을 전망했는데요. 막상 실적치가 하위 시나리오와 일치하게 나왔습니다. 기준 시나리오를 많이 벗어나서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하위 시나리오를 벗어나지는 않아서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8월에 수정전망을 발표했는데요. 그 뒤로는 실적치가 전망치와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 연구진들이 답답한 마음에 전염병 파급 산식까지 공부해 가면서 분석했던 기억도 나네요(웃음).

Q. 매년 4회의 경제전망 발표는 많은 고충과 부담이 있을 거 같습니다. 이를 해소하는 본인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기존에 발표하던 5월, 11월의 상·하반기 전망에 추가하여 2023년부터 2월, 8월에 수정전망을 발표하면서 연간 4차례가 되었습니다. 일체유심조, 긍정적인 자세로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자기최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가지는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제전망, 그 자체에 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기조를 설정하는 데도 <경제전망>은 중요한 자료라고 스스로 상기시킵니다. 이에 더하여, 2월과 8월의 수정전망은 상·하반기 전망에 비해 분량이 적다는 점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힘든 일을 혼자서 해나가려면 금방 지칠 것입니다. 다행히도 20여 명의 참여진이 묵묵히 부담을 함께 짊어 주셔서 든든한 힘이 됩니다.

Q. 10년 뒤 실장님의 모습을 전망해 본다면요?
<경제전망>을 하다가 제 미래를 전망하게 되었네요(웃음). 우리 경제의 미래가 경제구조 개혁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에 달렸듯이, 개인의 미래도 사전에 결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겠지요. 따라서 10년 뒤 제 모습에 대한 예상보다는 희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35년이면 입사 25년 차가 되는데요. 다양한 경제 충격을 경험했기에 웬만한 사건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정책방향을 제시하길 기대할 수 있겠네요. 오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에 대한 담론을 주도하고, 우리 경제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방해해 왔던 문제들에 대한 실체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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