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현 글로벌경제연구실 총괄
『KDIans』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KDI 50주년 특집 ‘타임캡슐’. 2021년 마지막 겨울호를 남겨두고 마침내 내게도 기고 요청이 왔다. ‘타입캡슐 참여 기회가 오다니!’라는 생각도 잠시, 내가 타임캡슐에 무엇을 담고 싶은지 고민을 거듭하면서 나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봤다. 2009년 6월 KDI 입사 후 나의 10년은 KDI와 함께한 10년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낸 나로서는 ‘KDI 동료’야말로 영원히 간직하고픈 소중한 인연이자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입사 당시 산업·기업경제연구부를 시작으로 공공투자관리센터로 이동, 다시 연구부서로 돌아온 나는 여러 부서를 거친 만큼 많은 동료를 알게 되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입사 초기 “나정현 씨는 동호회 활동하러 회사에 오나 봐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복수의 동호회를 섭렵(?)하면서 업무 외에도 KDI 선후배들과 친분을 쌓아 갔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듯이 동료와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지만, 돌이켜보면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힘든 일을 헤쳐나갔던 기억만 떠오른다. 특히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시국에는 어려워진 ‘전 직원 산행’이나 ‘전 직원 연찬회’가 더욱 그립다. 지난 10년처럼 앞으로의 10년도 KDI 식구들과 추억의 페이지를 쌓아갈 수 있길 소망하면서 타임캡슐의 뚜껑을 닫아본다.
이성신 경제정보센터 경제교육실 교육기획팀장
KDI가 쉰 살을 맞은 2021년은 내게도 제법 의미 있는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유독 기억에 남을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중 두 가지만 공유하려고 한다.
먼저 동료 YI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선 일을 꼽고 싶다. 주례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 걸어서 출근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과거 내가 한 말과 행동이 얽히고설켜 불쑥불쑥 내 앞에 찾아왔다. 주례사를 준비하는 내내 썼다 지웠다 하며 앞으로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매일 다짐했다.
다음으로 동료 JE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프랑스어로 쓰인 소설을 강독한 시간을 꼽고 싶다. 감자며 떡이며 귤이며 소박한 식사 거리를 앞에 두고 우리는 프랑스어 소설을 조용히 읽어나갔다. 가끔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지만, 그건 또 그대로 좋았다. 말로만 좋아한다고 하고 파고들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말 일이었는데,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이제는 책 한 권의 끝이 보인다. 혼자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을 일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나는 KDI에서 따듯하고 다정한 동료를 참 많이 만났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두 명과의 추억만 언급한 것이 아쉬울 정도다. 동료들 덕분에 뒤를 돌아볼 줄 알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줄도 알게 됐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다정한 동료들과 나눈 2021년의 따듯한 순간들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타임캡슐에 고이 담는다.
이사야 경영지원실 시설팀장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KDI 사택으로 사용한 반포주공아파트는 1970년대 초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한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다.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한 주거 형태여서 국민들이 선뜻 분양에 나서지 않았다. 대한주택공사의 권유로 1973~1974년 미분양 아파트 23세대를 구매해 40여 년간 활용했는데 내가 입사하자마자 맡은 업무 중 하나가 반포사택 관리였다. 처음 아파트를 봤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재건축이 논의되던 워낙 오래된 아파트였기에 거주하기에 열악했다. 단열이 잘 안 돼 외기와 접한 벽이나 베란다엔 곰팡이가 가득했고 요즘은 보기 힘든 라디에이터 방식이라 바닥 난방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원 예산은 한정적이라 아주 일부분만 보수해줄 수 있어서 거주자들께 참 미안했다. 2013년 세종청사 건립 재원으로 반포사택 매각대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부동산 경기침체기여서 매각 시점을 고민했던 일, 관련법상 일괄매각해야 해서 유찰될 때마다 마음 졸였던 시간과 법 개정을 위해 노력했던 일, 마침내 맞이한 계약의 순간과 절차 공정성 관련해 감사원을 오갔던 일, 매각대금으로 청사 건립대금 차입금을 상환하며 홀가분했던 기억 등 참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곳에 사셨던 분들께는 생활의 터전으로, 내게는 KDI 업무로서 추억이 가득한 반포사택을 타임캡슐에 넣어본다.
송민수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원
‘타임캡슐’ 코너에 기고 요청 연락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할 수가 없었다. 사진을 함께 보내 달라고 했는데, 입사 후 코로나19로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어서 보낼 만한 사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중 “어떤 물건의 사진이든 편하게 소개해 달라”는 말에 문득 50주년 기념으로 받은 명함과 기념품이 생각났다. 이 물건들과 함께 KDI의 50주년을 지나온 나를 타임캡슐에 담아본다.
복도에 걸려 있는 50주년 기념 회화, 기념식과 세계적인 석학들의 메시지, 출퇴근 때 봐오던 기념석 등 2021년 연구원을 다니며 50주년을 기념하는 요소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럴 때면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 연구해 온 이곳이 내 직장이라는 것에 어깨가 살짝 올라갔던 것 같다. 한 해 동안 경제 동향과 전망 일부에 참여하며 뿌듯했고 영상이나 기록물을 통해 부단히 이어져 온 연구원의 역사를 보며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2021년은 내게 직장인으로서 처음 보낸 1년인 동시에 KDI 개원 50주년이었던 해다. 앞으로 10년, 20년뿐만 아니라 50년이 지난 후 KDI 개원 100주년 소식을 접할 때 ‘50주년을 함께 보낸 나’를 타임캡슐에서 꺼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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