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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Story 길을 여는 건, 용기가 필요해

2021/22 WINTER VOL.51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차세대 리더를 교육하고 양성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DI국제정책대학원.

제8대에 이어 제9대 KDI국제정책대학원장으로 임명된 유종일 원장은 연임사를 통해 “익숙하고 편안한 과거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이 새로 길을 열고 다져나갈 미지의 역사 그 향방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9월 대학원장을 연임하시게 됐다. 축하드린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소회 한 말씀을 해주신다면.

저는 36년 전 유학을 가면서 처음 해외에 나갔다. 그 이후 매년 출장이든 여행이든 해외에 갔었는데 2021년은 1년 내내 한국에만 머문 첫해로 기억된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단면 같다. 전 세계인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전환의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일까, 또 어떻게 우리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한 해였다.

 

원장님 말씀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교육 현장은 고충이 더 크셨을텐데, 비대면 강의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교육계는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의 질이 담보 될까 하는 우려가 많았다. 교육은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학생 간 또 학생과 교수 간 상호작용이 중요하고 정서적 연대와 협업도 필요하기 때문에 혼란과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원은 전면 온라인 수업 체제로 빠르게 전환했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정성을 다해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놀랍게도 코로나19 기간 중 강의평가가 역대 가장 좋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학교와 교수들이 애쓰는 것을 관대하게 봐준 것 같다.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아무래도 물리적인 제약이 꽤 많았다. 일단 정부에서 비자 발급을 안 하거나 항공편 연결이 안 되거나 하는 등 외국학생 입국에 어려움이 많았고 지자체에서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런 인프라가 없어서 고생한 일도 떠오른다. 최근 오미크론 확산 문제로 KOICA(코이카)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본국으로 빨리 돌아가기를 권고한 적이 있다. 졸업식을 코앞에 두고 돌아가야만 했던 학생들은 나를 찾아와 눈물로 호소했다. 졸업식까지만 마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관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원장으로서 상호 이해를 구하고 안전한 졸업식을 약속함으로써 학생들의 최대한 체류를 도왔다. 눈물로 감사 인사를 하던 학생들과 무사히 졸업식을 잘 마쳤던 기억이 특별히 남는다.

 

팬데믹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그에 따라 대학원 교육의 방향도 달라지는지 여쭤보고 싶다.

과거 대학원의 미션을 한국경제발전 경험 공유로 규정하기도 했었는데 최근 학생들은 K-방역 등 현안 이슈와 정책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경험을 배울 때도 그간의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까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성공만을 내세우면 공감을 얻기 힘들다. 오늘날 한국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나라가 됐다. 그 가운데 우리 대학원도 열심히 한 결과, 많은 개도국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다. 이젠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같은 우리 인류가 마주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면서 지속가능 발전을 꿈꾸는 동반자이자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혁신적인 리더들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연임사에서 “현재는 역사적 위기인 동시에 대전환의 기회이며, 익숙하고 편안한 과거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향후 주력할 과제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게 많다.(웃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책교육기관이 되는 것이 큰 과제다. 세종시는 우리나라 행정수도고 정책의 중심지다. 정책을 놓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시에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우리 대학원이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그 방향에서 정책당국자와 학생, 교수,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여 현안 이슈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 하나 새롭게 추진 중인 것은 AI 정책혁신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능한 정부가 되려면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AI 지식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 정부엔 이런 역량이 부족하다. 젊고 유능한 공무원들에게 AI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과정을 개설하고 교수진을 영입할 계획이다.

 

대학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복안 같다.

비단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저는 세종에 위치한 정책교육기관으로서 우리 대학원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유수의 행정수도에는 그에 걸맞은 대표적인 교육기관이 있다. 정책결정자와 연구자, 교육자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될 생각이다. 동시에 우리 대학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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