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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공공기관 호봉제 폐지로 첫발 떼고…노동유연성 확보·불법 점거 관행 끊어야

박진 서울경제신문 2023.01.27


국가는 개인과 기업·정부로 이뤄지는 만큼 이들의 경쟁력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지금 우리에게 세 주체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묘수가 있다면 그것은 노동 개혁이다. 노동 개혁은 개인의 동기를 강화하고 그 개인을 고용하는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도 강화한다. 더 나아가 노동 개혁은 미래 대비 긴요한 사회적 합의를 쉽게 하는 효과도 있다. 현 정부도 노동 개혁을 3대 개혁 중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의 효과적인 추진 전략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개혁의 추진 전략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개혁의 우군 확보다. 노동 개혁은 국민의 지지와 함께 노동자의 86%를 차지하는 비노조원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둘째, 개혁의 피해 계층에도 보상 내지 변화 동기를 줘야 한다. 셋째, 전체의 변화가 어려울 때는 각 부분에 자율을 주는 전략이 유용하다. 노동 개혁의 의제별로 이러한 추진 전략을 적용해보자. 노동 개혁의 의제는 근로시간, 임금체계, 노사 관계로 요약되나 경영계는 저성과자 해고도 의제라고 주장한다.
 
"연장근로 기준, 다양성 인정해야"

근로시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구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제안이 나와 있다. 주 52시간제 기조를 유지한 채 연장근로 시간 산정 기준을 현행 주간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간 등으로 늘리는 안이다. 이때 기준 기간을 늘릴수록 총 근로시간을 줄여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보상이 성립한다. 문제는 월~연간 중의 선택인데 이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업종별 차등이나 노사 자율도 가능하겠으나 발상을 전환해 시도지사의 권한으로 하기를 권한다. 행정부나 국회 모두 지방의 권한 강화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나 첨예한 사안은 지방의 권한으로 돌려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노동계의 지지를 얻으려면 포괄임금제 폐지를 같이 추진해야 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급에 더해주는 제도로, 속칭 ‘공짜 야근’을 유발한다. 이는 입법 사항이 아니므로 정부는 포괄임금제를 겨냥한 근로 감독을 시행할 계획이다.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근로 감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근로 감독 청원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 내부자 신고보다 더 효과적인 감독은 없다. 한편 경영계가 주장하는 저성과자 해고는 현 시점에서 논의 주제로 부적절하다. 고용의 유연성은 근로시간과 임금의 유연성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근로시간 상한선만 논의하고 있으나 하한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호봉제 폐지, 직군·직종별 분리 바람직"

호봉제 폐지의 당위성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공감한 사안이다. 문제는 전략인데 연구회의 제안과 같이 기업 내 직군·직종별 분리 추진도 좋은 방안이며 이를 위한 임금체계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호봉제를 유지하는 기업에는 정부 지원을 제한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임금체계는 노사 자율이므로 그 정도로 호봉제가 폐지될 것 같지는 않다. 호봉제 폐지에 대한 중참들의 반대는 거세다. 지금까지 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감수하며 마침내 이를 보상받는 시점에 왔는데 앞으로는 생산성만큼만 받으라니 약속 위반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보상이 필요하다. 총근무 연수 중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간이 예컨대 20년을 초과하는 근로자에게만 정년을 넘어 근무할 권리를 부여하면 어떨까. 정년 연장은 노조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 종사자만 덕을 본다는 문제가 있으나 그들은 호봉제 폐지의 고통을 감수해야 할 집단이기도 하다. 호봉제 포기의 대가로 정년 연장 정도는 줘야 한다. 정년 연장이 청년실업을 가중시킬 수 있으나 2002년 이후 출생자들이 채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올 2~3년 후부터는 청년고용 사정이 나아질 것이다. 출생자 수가 2000년에 63만 7000명이었으나 2002년에는 49만 5000명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 부문의 솔선수범도 필요하다. 호봉제를 폐지한 공공기관의 임금 상승률을 더 높게 할 것을 제안한다. 호봉제가 없어지면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므로 임금을 더 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다. 공무원에게도 이 전략을 적용하려면 부처별로 임금체계를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공무원에 대해서도 지자체별 호봉제 폐지를 국고보조금과 연계하는 전략을 권한다. 호봉제 폐지 수준을 측정하는 기준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호봉제 폐지는 전체가 아니라 부분으로 나눠 추진해야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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