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 파이낸셜뉴스 2024.08.08
관광명소보다 도심 공원 방문 줄고, 주중보다 주말에 방문객 더 급감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 활동 타격… 취약층 안전망 구축 더 힘써야
폭염이 도시생활에 미치는 영향
《정말 에어컨 혹은 선풍기 없이는 버티기 힘든 요즘 날씨다. 잠깐만 밖에 나가도 땀으로 옷이 다 젖어버리는 이런 날씨에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생각뿐, 평소 흥미롭게 느껴지던 연구 주제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칼럼의 주제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떠올랐다. 바로 ‘폭염’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데이터 과학이 그려내는 폭염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특히, 폭염이 도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두 연구를 통해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 연구는 전 세계 1만3115개 도시의 기온과 인구 데이터를 분석하여 1983년부터 2016년까지 도시 지역의 폭염 노출 양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전 세계적으로 도시 지역의 폭염 노출 정도는 무려 200% 가까이 증가했고, 이는 17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폭염 노출 증가는 인구 증가 요인이 66%를 차지했고, 도시 열섬 현상을 포함한 도시 온난화 영향이 34%를 차지했다. 즉, 우리는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도시화 자체가 폭염의 심각성을 더욱 부추기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습구흑구온도(WBGT)를 기준으로 폭염 노출을 측정했는데, 이 지표는 기온, 습도, 복사열을 모두 고려하여 인체에 미치는 열 스트레스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연구는 폭염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즉 ‘시간적 적응 전략’을 중국 내 1만499개 공원 2017년 방문객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기온이 20∼25도일 때와 비교하여 0도 이하에서는 공원 방문을 20% 줄이고, 30도 이상, 35도 이상에서는 각각 5%, 13%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 활동 시간을 조정한다는 사실이다. 즉, 일별 평균 기온이나 최고 기온이 높더라도 하루 중 시원한 시간대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활동 시간을 조절하여 폭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시간적 유연성이 낮은 경우 폭염에 대한 민감도도 더 낮아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예를 들어, 개방 시간이 제한적인 관광 명소의 경우 일반 도심 속 공원보다 폭염에 덜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찬가지로, 평일에 비해 시간적 제약이 적은 주말에는 폭염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흥미롭게도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폭염에 덜 민감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국 남부와 같이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오히려 시간대별 폭염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더운 지역일수록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하는 습관이 더 발달하였고, 그 결과 시간적 적응의 폭이 더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는 도시 지역에 위치한 공원이 더 높은 기온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방문객 감소 폭 또한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도시 열섬 현상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야외 활동의 시간대나 장소에 따른 차이를 나타낸 이러한 다양한 결과들은 위의 그래픽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주말, 도심의 공원, 그리고 고온 지역일수록 30도 이상의 고온에서 활동량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연구는 폭염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동시에 폭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폭염의 영향을 고려하여 녹지 공간을 확대하고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연구들이 폭염의 영향 정도가 사회적 계층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에 착안하여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폭염 대피소 운영, 무더위 쉼터 확대, 폭염 정보 제공 강화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염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공중보건적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우리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며,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사회적 노력만이 폭염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박재혁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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