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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개문냉방’ 문 닫게 할 방법은

박진 이데일리 2024.08.21

개문냉방은 결국 전기요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규제는 해결책이 아니다.

며칠 전 푹푹 찌는 날, 명동 길을 걷는데 출입문을 열고 냉방하는 업소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의하면 개문냉방은 전력을 66% 더 소모한다고 한다. 2023년 기준 전력의 59%는 수입된 화석연료로 생산되므로 개문 냉난방은 우리의 에너지 비용과 탄소배출을 늘린다. 이 문제에는 네 가지 해결책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금지하는 방식이다. 사실 개문냉방은 15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불법행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단속을 공고하면 기초단체가 실행한다. 그러나 정부개입은 실효성이 낮다. 일단 산업부가 소상공인의 반발을 고려, 단속 공고를 내지 않는다. 공고가 나도 이를 실행할 기초단체가 단속에 소극적이다. 개문냉방에는 수혜자만 있을 뿐 당장 피해자가 없어 굳이 단속해 상인과 고객의 반발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개문냉방은 단속도 쉽지 않다. 환기를 위해 잠깐 열었다는 변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이후 개문냉방 과태료 사례는 전혀 없다고 한다. 전기요금을 내며 업소 주인이 선택한 개문냉방의 자유를 구속해도 되는지도 의문이다. 개문냉방은 행인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공회전과는 다르다. 이렇게 실행되기 어려운 규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만 추락시킨다. 차라리 규제하지 않는 것이 낫다.

둘째, 소비자가 ‘착한 소비’ 혹은 ‘가치 소비’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개문냉방 업소는 방문치 않겠다는 소비자가 늘면 업소는 자발적으로 출입문을 닫을 것이다. 실제로 특정업체 불매운동, 친환경제품구매 등 소비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개문냉방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착한 소비를 하려면 소비자의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명동의 모든 업소가 개문냉방을 하면 그렇지 않은 업소를 찾기 어렵게 된다. 더구나 개문냉방 성행지역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다. 이들까지 소비자 간 무언의 연대에 참여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 상인들에 의한 해결방식도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이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공동체 자율규약이 그것이다. 업소 밀집지역일수록 개문냉방이 심한 이유는 타 업소와의 경쟁이 치열해 나만 개문냉방을 안 하면 손님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상인들이 다 같이 개문냉방을 중단하면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어 이득일 수 있다. 그러나 상인연합회가 그런 협약을 맺을 유인이 없어 이 방식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명동의 모든 업소가 개문냉방을 중단하면 지금보다 행인의 충동구매가 줄어 전기료 절감을 고려해도 명동 상권 전체의 이윤이 줄 것이다. 개문냉방이 수인의 딜레마 게임과 다른 이유이다.

넷째, 전기가격을 올리는 방법이다. 한국전력공사에 의하면 2023년 기준 ㎾h당 전기판매단가는 사무실·자영업 등 일반용이 162원, 산업용 154원, 주택용 150원 순이다. 일반용이 제일 높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하면 싼 편이다. 그 결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미국과 큰 차이 없는 2위이다. 3위 일본에 비해 50%나 높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물론 주택용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려야 하나 대신 누진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 9월이 되면 4분기 전력요금을 정해야 한다.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작년 3분기 이후 동결돼 왔다. 사실 지난 3분기에 전력요금을 올려야 했으나 한여름을 앞두고 그러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

개문냉방은 결국 전기요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 위에 소비자, 상인이 나름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규제는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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