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심리적 위축은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도전과제가 될 것
지금 우리에게 정치적 갈등완화가 최우선으로 필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가 생산 증가세 둔화와 대외 및 국내 불확실성의 확대 속에서 경제심리가 위축되며 경기하방 압력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경제심리라는 용어가 경제동향에서 핵심 키워드로 부각된 점이 눈에 띈다. 경제심리 위축은 민간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민간소비는 GDP(국내총생산)의 약 50%를 차지한다. 따라서 경제심리 변화가 소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핵심요인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될 때 가계는 지출과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을 보인다. 소비감소는 곧 기업의 매출감소와 투자축소, 연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투자감소는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실업률 상승과 소득감소로 이어져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경제심리는 소비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결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비심리가 회복돼 수요증가가 예상된다면 기업들은 설비확장이나 신규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시장에서 경제심리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1987년 10월19일 발생한 '블랙 먼데이'는 이러한 심리적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당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루에 22.61% 폭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매도를 가속한 결과이기도 하다. 당시 주식시장 급락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각국 경제에도 상당히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경제심리가 경제적 충격을 증폭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미국의 경우 민간소비가 GDP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제심리가 경기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보다 상당히 클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는 개념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가들의 확신과 직관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의지는 계산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직감과 본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경기변동의 주요 원인임을 설명했다.
2024년 12월 한국의 경제심리지수는 89.7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하회했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하며 소비와 투자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국내적인 불안요인 외에도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 주요국의 통화긴축정책, 지정학적 갈등 등이 심리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갈등과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부족이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제심리는 경제활동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고 경기개선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민간소비 비중과 경제심리지수를 고려할 때 현재의 심리적 위축은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정치적 갈등완화가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이것이 경제심리 개선과 경기회복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자각할 필요가 있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무단등록 및 수집 방지를 위해 아래 보안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담당자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044-550-5454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