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수출회복 넘어
경제체질의 근본적 개선 시급

글로벌 경제질서가 요동친다. 미국과 중국, 세계 1·2위 경제대국의 통상갈등이 격화하면서 한국 경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동향'을 통해 이러한 대외환경 변화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고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인상이 우리 수출산업을 직접 압박하며 경기하방 리스크를 가중한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2.1%로 돌아서며 지난해 4분기(4.2%) 대비 큰 폭의 둔화를 보였다. 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는 아직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지만 소비 증가세는 여전히 미약하며 내수회복이 지연된다. 여기에 건설부문의 부진이 겹치며 2025년 2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1% 감소했다. 이러한 경제지표들은 외부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구조를 드러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자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양국의 통상갈등으로 한국 경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단순히 중국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대해서도 관세인상 조처를 했다. 관세장벽은 곧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의미하며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 이제는 단순한 수출회복을 넘어 경제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이 어려운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수출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 현재 한국의 수출은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이들 국가의 정책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브라질 등 신흥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과 FTA 체결을 통해 시장 기반을 넓혀야 한다.
둘째,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술혁신이 필수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선 민간의 연구·개발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산업 유치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고급인력 양성, 국가 차원의 기술로드맵 수립 등이 필요하다.
셋째, 내수경제의 회복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규제완화와 금융지원, 공공부문의 적절한 건설투자 확대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 개혁과 생산성 향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만큼 정년연장, 유연근무제 확대, 직무 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을 통해 젊은층과 고령층 모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디지털 전환과 AI 시대에 맞는 직무 재교육과 평생학습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무역환경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외환경을 탓하기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구조를 혁신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용기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인호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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