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될 때까지 매칭:
청년과 장년을 일자리로 끝까지 연결하는 법
김민호 KDI 규제연구실장
매칭은 시작이고 취업은 완성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정보를 쌓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정보를 활용해 한 사람에게 맞는 하나의 일자리를 끝까지 찾아주는 일, 바로 그것이 지금 필요한 고용정책의 혁신이다.

청년과 장년이 일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있지만, 정작 노동시장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청년은 첫 일자리를 찾기까지 점점 더 오래 기다리고, 장년은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숙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기존 경력과 무관한 일자리로 이동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맞는 사람이 없다”고 호소하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기보다 일자리와 사람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서로 정교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이제 고용정책도 사람을 훈련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취업과 정착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청년층의 어려움은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3월 국가통계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최근에 태어난 코호트일수록 첫 취업까지의 소요기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985~1989, 1990~1994년생 코호트의 경우 25~29세에서 첫 취업까지의 소요기간이 평균 12.05개월로 1975~1979, 1980~1984년생 코호트의 약 10.7개월에 비해 증가). 또한 2024년 한국경제인협회 조사를 보면, 취업 준비 과정의 어려움으로 경력직 선호에 따른 신입채용 기회 감소와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일자리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서는 졸업 후 미취업 청년 가운데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8년 15% 수준에서 2025년 25%까지 상승했다. 이는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이 단순한 취업교육 추가 제공이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를 더 이른 시기에 찾도록 돕는 정교한 연결 장치임을 보여준다.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개인의 소득 기회는 줄어들고, 초기 진입 실패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청년은 취업 늦어지고 장년은 주요 일자리서 조기 이탈…
취업 정보 비대칭성, 공급자 중심의 인력양성이 문제
중장년층의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나라는 청년층뿐 아니라 젊은 중장년층 인구도 줄어드는 반면 55세 이상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많은 근로자가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하고, 재취업 과정에서는 기존 경력과 숙련을 살리기보다 단순노무직이나 자영업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숙련된 인적자본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개인은 소득 불안정에 놓이며, 노동시장은 필요한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다. 중장년 구직자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역시 나이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채용 수요 부족,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부족으로 요약된다. 지금의 일자리 플랫폼들은 채용공고를 나열하는 데 머무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입사 이후 어떤 경력 경로가 가능한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구직자는 일자리의 실제 업무 내용, 필요 기술, 임금,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알기 어렵고, 기업은 구직자의 경력과 숙련, 직무 적합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의 인력지원사업 역시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인력양성에 치우쳐 있어 교육과 취업, 채용과 정착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부처와 기관이 각자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지만, 개별 사업에서 축적된 정보는 통합적으로 관리·활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산업의 어떤 직무에 인력이 부족한지, 어떤 사람이 어떤 기업과 잘 맞는지, 어느 단계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의 방식이 사람을 준비시키는 데는 일부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과 일자리를 끝까지 연결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일자리 매칭–취업–정착까지 지원하도록
온라인 통합 플랫폼, 오프라인 지역 거점 동반 구축 필요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AI 기반 고용매칭 지원체계, 이른바 ‘될 때까지 매칭’ 사업을 제안한다. 핵심은 단순히 구인·구직 정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구직자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 실제 취업 후 정착할 때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과 오프라인 지역 거점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민간 채용 플랫폼과 공공 포털을 연계해 중소기업 일자리 정보를 체계적으로 발굴·가시화하고, 하나의 서식(one-form)을 기반으로 구직·구인 정보를 표준화해 수집한 뒤 AI 매칭 엔진이 구직자의 경력, 기술, 전공, 프로젝트 경험과 기업의 직무, 필요 역량, 근로조건을 정밀하게 연결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직자에게는 맞춤형 기업 목록과 함께 필요한 역량과 보완할 점을 근거와 함께 제시하고, 기업에는 적합한 후보군을 추천할 수 있다. 여기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직무별 맞춤 작성 지원, 원클릭 지원, 면접 준비 보조까지 연계한다면 비로소 ‘정보 제공’을 넘어 ‘실제 취업’을 돕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칭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취업은 입사 통보로 완성되지 않는다. 입사 후 3~6개월 동안 지역 거점 코디네이터가 근로자와 기업을 함께 관리하며 초기 적응을 지원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역본부, 테크노파크, 지자체 일자리센터, 상공회의소 등이 지역 거점이 돼 기업 수요를 발굴하고 플랫폼 이용을 지원하며, 초기 이직 위험을 줄이는 사후관리를 맡을 수 있다. 동시에 지역·산업·직무별 대시보드를 통해 채용전환율, 유지율, 매칭기간, 직무–스킬 미스매치 수준을 점검한다면 인력정책도 좀 더 정밀한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고도화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사람을 한번 연결해 보는 서비스가 아니라 연결 이후의 적응과 안착까지 책임지는 운영체계다.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논의하는 한 간담회에서 필자는 이와 같은 체계를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돌아온 답변은 정부가 운영하는 ‘고용24’에서도 이미 AI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기술 도입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AI를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그 체계가 실제로 구직자를 일자리로 연결하고 있는가다. 최근 ‘중꺽마’, 곧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청년은 결국 ‘쉬었음’을 선택하고 장년은 치킨집 창업을 알아보는 현실에서, 정부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청년에게 버티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꺾이지 않는 자세로 실제 일자리로 연결될 때까지 책임지는 운영체계를 세워야 한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정책의 성패는 끝까지 연결하는 집요함에서 갈린다.
청년에게는 첫 일자리를 더 빨리 더 제대로 찾게 하고, 장년에게는 축적한 경험과 숙련을 이어갈 수 있는 경로를 열어주는 것이 앞으로의 고용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사람을 훈련하는 정책에서 사람과 일자리를 끝까지 연결하는 정책으로, 공고를 보여주는 정책에서 취업의 완성까지 돕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매칭은 시작이고 취업은 완성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정보를 쌓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정보를 활용해 한 사람에게 맞는 하나의 일자리를 끝까지 찾아주는 일, 바로 그것이 지금 필요한 고용정책의 혁신이다.

본 칼럼은『나라경제』2026년 4월호에 게재된 글로,
KDI 연구위원들이 경제·사회 이슈에 대해 분석하는
‘K인사이트’ 코너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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