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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K인사이트] 규제영향분석의 ‘진짜’ 목적

나라경제 2026.05.27



규제영향분석의 '진짜' 목적

양용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규제영향분석 제도는 OECD의 2025년도 평가에서 전체 1위를 달성할 만큼 우수하다. 그러나 정말 규제영향분석이 그 본래 목적인 최선의 대안을 찾는 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안을 찾는 데는 다른 정책도구를 쓰고 규제영향분석은 그 대안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규제영향분석은 바로 ‘가짜 일’에 불과하다.


지난 연말 산업통상부 업무보고에 ‘가짜 일 줄이기’가 등장했다. ‘진짜 성장’과 대구를 이루면서도 그것을 잘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덜 중요한 일에 쏟던 시간을 더 중요한 일에 투입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필자가 2024년 말 KDI 컨퍼런스에서 주장한 ‘소모적인 규제의 폐지’나 ‘자율규제로의 전환’과 상통한다.

사람마다 정의하는 ‘가짜 일’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목표 달성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나 규정에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 ‘가짜 일’ 중의 하나라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규정도 그 나름대로의 역할과 의의가 있다. 규정을 두지 않고 담당자의 자의성을 폭넓게 인정하면, 기준이 흔들려 일처리가 공평하지 않게 될 우려도 있고 부패가 끼어들 여지도 커진다. 그러므로 규정을 둠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를 비교해 규정을 둘지, 아니면 담당자 판단에 맡길지를 결정하는 등 규정의 경직성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규정’을 ‘규제’로 바꿔보면, 정부가 규제를 도입하거나 완화하는 것도 일관된 기준과 자율성 간의 선택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 모든 피규제자에게 일관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그 경직성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손해를 비교해 최선의 규제 수준을 정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규제를 만드는 ‘가짜 일’…
처음부터 가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 규제영향분석


어떤 규제가 최선이 아닌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비롯될 수 있다. 처음 만들어질 때는 최선이었더라도 상황이 달라지면서 더 이상 최선이 아닐 수 있다. 혹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최선의 대안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는 피규제자가 필요 이상의 규제를 받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반대의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필요 이상의 규제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바로 ‘가짜 일’을 만든다. 피규제자의 ‘가짜 일’을 줄이는 것은 ‘소모적인 규제를 폐지’하거나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등 규제개혁을 통해 가능하다.

피규제자의 ‘가짜 일’을 줄여주려는 노력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그 ‘가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규제영향분석의 역할이다. 규제영향분석은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목적에 부합하는 최선의 규제대안 또는 비규제대안을 찾는 과정 그 자체다. 다시 말해 규제영향분석을 하다 보면,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규제영향분석에서 요구하는 유사·해외사례 조사, 이해관계자 협의, 비용편익분석 등은 모두 최선의 대안을 찾는 도구들이다. 이러한 도구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규제영향분석을 소홀히 하면 최선의 대안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해관계자 협의는 규제의 혜택을 얻는 집단과 피규제자 등과의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를 탐색하도록 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양측 집단의 주장을 듣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규제가 필요한지, 더 효율적이거나 효과적인 대안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러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는 이해관계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가능하므로 정책결정자들은 이해관계자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협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한편, 스스로도 충분한 지식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비용편익분석은 규제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규제 비용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더 효율적인 규제대안을 찾고 편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더 효과적인 규제대안을 찾도록 해준다. 물론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그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어느 규제가 비용 대비 편익이 높은지는 알 수 있다. 그러나 비용편익분석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용이 더 낮은 대안, 편익이 더 높은 대안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규제영향분석서의 모든 항목은 최선의 대안 찾기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좋은 수단이 돼야

 

위에서 얘기한 것은 모두 이상적인 규제영향분석의 모습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규제영향분석 제도는 OECD의 2025년도 평가에서 전체 1위를 달성할 만큼 우수하다. 그러나 정말 규제영향분석이 그 본래 목적인 최선의 대안을 찾는 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안을 찾는 데는 다른 정책도구를 쓰고 규제영향분석은 그 대안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규제영향분석은 바로 ‘가짜 일’에 불과하다. ‘가짜 일’을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할 제도가 스스로 ‘가짜 일’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도출한 대안을 정당화하지도 못하는 규제영향분석은 말할 것도 없다.

많은 규제영향분석서에는 시장유인적 규제설계, 우선허용·사후규제 적용 여부 등 더 나은 대안을 찾도록 유도하는 항목이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이해관계자 협의를 실시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고, 실시했더라도 그 대상이 부족하거나 이견이 없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하지 않거나 몇 줄의 문장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석서는 최선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물론 모든 항목을 작성해야만 최선의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비용편익분석이 적절하지 않거나 대안 탐색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고민 한 번 없이 작성하지 않거나 분석서 양식에 포함됐다고 해서 칸을 채우기만 한다면 ‘가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영향분석의 ‘진짜’ 목적을 되짚어 보고 그에 맞게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바로 최선의 규제대안 또는 비규제대안을 찾는 것 말이다. 분석서의 모든 항목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이해관계자 협의는 도출된 대안에 이견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 인식, 규제 필요 여부, 적절한 대안, 그 대안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의견을 받아 최선의 대안을 찾는 데 활용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정보를 종합하고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동안 더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도출된 대안들 중에서 가장 좋은 대안을 찾는 데 비용편익분석이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는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대안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규제영향분석은 정책결정 과정에 통합되고 ‘진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나라경제』2026년 5월호에 게재된 글로,
KDI 연구위원들이 경제·사회 이슈에 대해 분석하는
‘K인사이트’ 코너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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