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현안분석] 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이재준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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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1.문제제기
- □ 우리 경제는 최근 수요부진 및 低인플레이션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어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
- 최근 우리 경제의 인플레이션은 1%대에 머물면서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및 이에 대응한 정책운용이 관심
- □ 따라서 본고에서는 일본의 소위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거시경제 상황을 통화정책 환경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함.
- 일본은 1990년대 초반의 버블 붕괴 이후 적절한 정책대응에 실패하면서 디플레이션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통화정책 운용상에 많은 교훈을 남김.
- 특히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시 비전통적 수단까지 동원하여 과감한 정책대응을 했던 배경에는 1990년대 일본 사례의 교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짐.
- □ 일본경제는 1991년 경기침체를 시작으로 10여 년 이상 장기침체 및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이에 대해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
-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었던 경기과열이 버블로 이어지면서 1990년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폭락을 기점으로 경기침체가 시작
- 심각한 경기침체가 일상적인 경기순환의 주기를 넘어서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디플레이션이 발생되고 다시 침체가 심화되는 악순환에 진입
-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실질금리 상승으로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되고 부채의 실질부담이 증가하는 디플레이션 악순환(debt-deflation)에 빠짐.
- □ 일본이 1990년대에 경험한 디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수요부진에서 촉발되었으며, 이후 적절한 총수요관리 정책의 실패로 인해 회복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 평가됨.
- 1990년대에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사실은 총수요의 부족이 경기침체의 주원인이었음을 시사
- 한편, 1991년 버블 붕괴 이후 정책당국의 소극적인 정책대응이 초기 경기회복의 기회를 무산시킨 것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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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소비자물가지수와 GDP 디플레이터
- □ 일본경제는 침체가 지속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디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었으나, 통화당국은 디플레이션 가능성 및 위험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평가
- 일본의 디플레이션 현상은 소비자물가지수(이하 CPI) 기준으로 1998년 이후 발생하였으나, GDP 디플레이터 기준으로는 1993~94년경에 이미 발생하여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던 것으로 나타남.
- 1990년대 초반 이후 부동산가격의 추세적 하락 → GDP 디플레이터 하락 → CPI 하락이라는 현상을 보임.
- 그러나 당시 일본 정책당국은 정보통신부문의 기술진보 효과, 수입재 가격 하락 등 공급 측 하락요인의 영향에 주목하면서 디플레이션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
- 당시 통화당국은 물가하락이 가계의 실질임금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높은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물가가 하향 조정될 필요가 있으므로, ‘좋은 디플레이션(good deflation)’일 수 있다는 견해를 표명하기도 함.
- □ 우리 경제에서도 2011년 이후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CPI 상승률을 상당 폭 하회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금년에는 0~1% 수준을 보이고 있음.
- CPI는 소비재가격만을 측정하는 반면 GDP 디플레이터는 경제 전체의 생산물가격을 측정하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CPI뿐 아니라 GDP 디플레이터의 상황도 관찰할 필요가 있음.
- 기업의 매출액 혹은 정부의 세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경제규모는 GDP 디플레이터를 사용하는 경상GDP라는 점에서 GDP 디플레이터의 하락은 경제규모의 축소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
- 특히 과거 우리나라의 GDP 디플레이터 변동이 CPI 변동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현상이 향후 CPI 상승률 둔화를 예고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
- 한편, CPI로 측정한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의 상향편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 미만의 CPI 인플레이션은 실제 디플레이션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음.
- CPI의 상향편의는 신제품 및 품질향상 효과, 가격변화에 따른 대체효과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에 기인
- □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객관적 전망이 정책대응의 기본적인 관건이나, 일본은 1990년대 초반에 경제여건을 낙관적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나타남.
- 1990년대 초반 일본은행 및 기타 기관의 경제전망에는 큰 폭의 상향편의가 수년간 지속되었던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결과적으로 불충분한 정책대응으로 귀결
- 당시 경제성장률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치는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1993년 말에 이르러서야 실제치에 근접해졌던 것으로 나타남.
- □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성장률 전망에는 소폭의, 인플레이션 전망에는 비교적 큰 폭의 상향편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남.
- 경제성장률 전망은 2012년에 대해서는 큰 폭의 예측오차가 있었으나, 2013년 이후에는 실제치에 근접하면서 전망오차가 축소됨.
-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에는 최근까지도 상당한 예측오차가 발생하고 있어,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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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실질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
- □ 일본은행은 1990년대의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명목)금리를 인하하였으나, 인플레이션의 하락에 따른 실질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완화적 효과가 제한됨.
- 1991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일본은행은 정책금리(공정할인율)를 수차례에 걸쳐 하향조정하였으나, 인플레이션의 하락(disinflation)으로 인해 실질금리는 충분히 조정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남.
- 일본은행은 1993년 9월부터 1995년 3월까지 공정할인율을 1.75%에서 유지하였으나, 동 기간 중 인플레이션이 하락(CPI 기준 1.74% → 0.3%, GDP 디플레이터 기준 0.51% → -0.38%)함에 따라 실질금리가 상승
- 정할인율은 1995년 9월 0.5%로 대폭 인하된 이후 매우 낮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되었으나, 1998년 이후 디플레이션이 확대되면서 실질금리는 오히려 상당 폭 상승
-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시장참가자들의 低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어 명목금리 인하에 의한 완화정책의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평가됨
- 시장참가자들의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하락할 경우 사전적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을 초기에 상쇄
- 한편, 1990년대 일본의 통화당국은 물가안정에 대한 기준과 정책의지가 분명치 않았으며, 인플레이션 기대를 형성하여 사전적 의미의 실질금리를 낮추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
- 경제주체의 디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될 경우 사전적 실질금리는 명목금리보다 높아지게 되면서 통화당국의 금리인하는 완화적 효과가 제약됨.
- 일본 통화당국은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물가안정’이란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없는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을 취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시키지 못함.
- □ 우리 경제에서도 최근 低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하향 조정의 완화적 효과가 상쇄되고 있을 가능성
- 2011년 이후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disinflation) 하였으나, 통화정책은 기준금리의 완만한 하향 조정으로 대응
- 인플레이션(CPI 기준)은 2011년 3/4분기 4.3%를 기록한 후 최근까지 약 3%p 하락하였으나, 동 기간 기준금리는 1.25%p 인하
- 이에 따라 실질금리는 2012년 이후 오히려 상승하였으며, GDP 디플레이터로 계산한 실질금리는 보다 큰 폭으로 상승
- 한편, 향후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1% 중반대인 것으로 나타나, 시장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을 위험에 대비할 필요
- 최근 한국은행의 전문가 서베이 조사 결과, 향후 2분기에 대한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각각 1.6% 및 1.8%로 나타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이 1%대 중반(일시적 요인인 담뱃값 인상 기여분 제외 시)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KDI 경제전망 참조)되는 등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질 가능성
- 인플레이션 기대는 상당한 지속성을 지니고 있어, 일단 고착화될 경우 단기간에 조정하기 어려우므로 신속하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
- □ 1990년대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및 디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수요부진에 대한 적절한 정책대응에 실패한 데서 촉발된 것으로 평가
- 경기침체 초기 경제여건에 대한 낙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소극적 정책대응을 지속함으로써 경기침체의 장기화 및 디플레이션을 예방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남.
- 정책당국은 디플레이션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지 못하였으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오류가 초래할 위험성을 경시
- 특히 통화당국은 경기 및 물가 안정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며,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하락이 초래할 수 있는 영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음.
- 당시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의 핵심목표에 대한 인식이 분명치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물가안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운용체계를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됨.
- □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요부진에 따른 성장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락이 상당 기간 지속됨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
- 최근 수년간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 범위를 크게 하회하여 1%대에 머물고 있으며,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최근 0%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
- □ 따라서 低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시장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향 고착화되지 않도록 물가안정목표의 준수를 위한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
-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할 경우 명목금리 인하의 부양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가안정목표 준수에 대한 통화당국의 명확한 의지 표명이 필요
- 일단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금융부채나 재정 등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책대응 수단도 제한되므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선제적으로 마련하여 대비할 필요
- 특히 통화당국이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자연실질금리의 하락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감지하지 못하고 금리정책을 수행할 때,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감안할 필요
일본으로부터의 중요한 교훈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비대칭적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며,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서는 신속한 통화완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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