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놀자] 한국 경제자유도 32위… 왜 이렇게 낮을까요?
유정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기업이 일류국가 '주력부대'… 정부는 '지원부대'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업을 '국부(國富)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라고 규정했다. 기업을 통해 엠비노믹스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즉 경제를 살리고 선진 일류국가를 만드는 주력부대로서 기업을 앞세우고, 정부는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가시밭길(규제)을 없애주고 힘(제도와 시스템 지원)을 보태주는 '지원부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사 중 일부 발췌)
지난 달 25일 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는 말로 시작하는 선서와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담긴 7000자 가까운 취임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헌법을 준수한다'는 선서문과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취임사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지요.
시장과 정부는 어떤 관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단 시장과 정부의 관계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답니다. 경제란 사회구성원들의 일상 생활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먹고, 자고, 입고, 즐기려 합니다. 또 이를 위해 물건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교환합니다. 이런 일상 활동의 거의 모두가 생산, 소비, 투자라 불리는 경제활동인데, 시장경제에서는 이 활동을 얼마나 하고 어떻게 할 것이냐를 개개인들이 결정합니다.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각자 원하는 대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것 때문에 시장 경제는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체제보다 더 우수한 경제성과를 낸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역사적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한다면"이라는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정부의 본질은 합법적으로 국민을 강제하는 권한을 가진 유일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 강제권을 행사해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의 보호입니다. 이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오히려 정부가 경제를 잘 경영해서 경제성과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기업처럼 소유주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닙니다. 경영이 아니라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그렇다면 새 정부가 경제발전의 약속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꼭 해야 할 것은,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각자의 지식과 자산과 재능을 동원해서 자기 일에 전념한다면 우리 경제는 성장하고 일자리는 더 늘어나겠죠.
이를 위해 정부가 특별히 더 할 일이 따로 없습니다. 본래 해야 할 일을 잘하면 됩니다. 예컨대 사기나 폭력, 정부로부터 얻어내는 특권 등등으로 남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국민 개개인은 안심하고 제 일에 전념할 수 있겠죠. 계약을 해놓고 이행하지 않는 것도 사기이고, 기업의 경영을 주도하는 일부 주주(株主)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일종의 사기입니다. 정부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정인에 대한 특정 산업의 진입 억제, 비상시가 아닐 때 가격 통제를 하는 것은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예입니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도와주려고 은행에 낮은 금리의 대출을 종용하는 일 등은 분명한 재산권 침해입니다.
헌법이 우리사회를 지배하도록 하면
역대 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에 명시된 본래의 역할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규제(規制) 천지가 되었습니다.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리는 경제적 자유는 세계 141개국 가운데 32위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보다 경제적 자유를 더 많이 누리는 나라들은 소득도 우리보다 높습니다.
헌법이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지켜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상기하면, 모든 법령에서 위헌(違憲)적 요소를 없애고 헌법이 우리사회를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 경제가 저절로 잘 되어가는 기반을 닦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헌법을 준수한다'는 대통령의 선서문에는 알게 모르게 '시장 경제를 지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만 충실히 이행하면,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의 약속은 지켜질 것입니다.
2008년 3월 7일 조선일보 B9면 [경제기사야놀자] 한국 경제자유도 32위… 왜 이렇게 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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